ASSEMBLE25 - 트리플에스

 

타이틀 곡: 깨어 (Are you Alive?)

외로움, 두려움, 시련을 극복하는 청년들. 이런 컨셉은 대개 남자 아이돌에서 많이 발견할 수 있는 컨셉이다. 이런 구원서사를 차용하는 대표적인 그룹으로는 투바투가 떠오르는데

세계의 유1한 법칙

나를 구해줘

내 손을 잡아줘

- 0X1=LOVESONG

맨날 참아보려 해도, 버텨보려 해도, 그게 잘 안 돼, 지금 내겐 네 손이 필요해

(중략)

내 영원이 돼줘 내 이름 불러줘 Run away with me

- 9와 4분의 3 승강장에서 너를 기다려

이와 같이 '너'라는 어떠한 significant other에게 자신을 구원해달라고 빌며, 사랑하는 상대와 함께하고 싶다는 메세지가 담긴 가사를 통해 구원서사를 차용한다. (필자가 여자 연예인에만 관심을 가지고 살아온 것이 벌써 인생의 절반이나 되는지라 남자 아이돌에 대해서는 다소 무지할 수 있으니 잘못된 정보에 대한 지적은 늘 환영이다.)

그러나 잘 알려진 여돌 중에서는 이러한 구원 서사를 차용하는 그룹은 잘 없었다. 최근 4세대 여자 아이돌의 컨셉 및 마케팅 방향은 10대의 자유로움과 자연스러움을 어필하는 방향으로 많이 흘러갔고 (대표적으로 뉴진스),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무게감 있는 킥과 베이스 기반의 EDM 및 힙합 음악을 기반으로 카리스마를 어필하는 방향으로 많이 흘러갔다. (대표적으로 에스파, 베이비몬스터, 르세라핌 등)

일반적으로 아이돌은 idol, 즉 우상이라는 사전적 의미처럼 우러러보고 싶은 이상적이고 아름다운 존재로 표현된다. 특히 4세대에 이르러 사랑하는 남자를 향해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는 컨셉이 사라지고 '소녀' 그 자체를 더 아름답게 표현하는 데에 집중하면서 이 현상은 더욱 극대화되고 있는데, 아이브는 자기애라는 컨셉을 내세우며, 뉴진스는 뭐든지 즐기는 자유로운 청춘 하이틴 소녀들, 아일릿은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엉뚱한 소녀들을 표현한다.

그런데 상처받은 소녀들이라는 컨셉은 다소 신선하다. 평균 나이 19.6세의 트리플에스는 10대에서 20대를 걸쳐서 소녀를 표현하지만, 청춘을 행복하고 여유롭게 즐기거나, 자기애 넘치거나, 사랑에 빠져 설레이는 소녀를 표현하는 것이 아니다. 서울의 일반적인 풍경을 배경으로 지금 시대를 살고 있는 소녀들의 방황과 우울을 표현한다.

여기 상처 입은 분장을 한 소녀들이 있다.

밤에 자전거를 타고 어딘가로 도망을 가는가 하면, 청담대교 아래에 서서 '세상은 점점 더 화려하게 빛나' 라는 가사를 노래한다.

 

 

서울 주민이 아니신 분들을 위한 설명을 덧붙여보려 한다. 왼쪽 사진 속에 보이는 자전거는 따릉이로 서울의 공유 자전거이다. 오른쪽 사진에 보이는 다리는 청담대교이다.

self-destructive한 모습을 보여주고,

S7 김나경 (아마도?)

공황으로 인한 과호흡을 연기하고,

S5 김유연

사면이 아파트로 막힌 공간에서 서로를 마주보며 춤을 추는가 하면,

단정하게 흰 에어맥스를 맞춰 신은 듯 하지만 전부 몇 년 신은 것처럼 때가 타서 낡아 있고,

아파트 빌딩숲 사이 불타오르는 모닥불 앞에 모여서 춤을 춘다.

그리고 뮤비에서 오브제로 '민들레'를 활용한다. 이 홀씨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확실친 않았지만, 자유롭게 날아가는 모습이 꿈과 희망을 상징한다고 느꼈다.

 

오른쪽 사진: S1 윤서연

그러나 이 민들레는 불에 타 재가 되고, 진공 포장되어 날아갈 수 없게 된다. 어쩌면 현실에서 마주하는 시련들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하지만 결국 마지막에 민들레 그 자체를 삼키므로써, 내면에 희망을 품고 살아가겠다는 메세지를 전달하는 듯하다.

S1 윤서연

마치 뮤비가 아닌 하나의 독립영화를 찍은 것 같아서, 컨셉을 뮤비로 표현하는 데에 있어서 프로듀서의 역량을 정말 고평가하고 싶다.

비극적인 면을 표현했지만 그렇다고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비극적이라고 다가오지는 않았다.

1절에 있는 "사실 난 행복하고 싶은 걸 누구보다 더"라는 가사는, 2절에서 "사실 난 행복하고 예쁜 걸 누구보다 더"라는 가사로 바뀌게 된다.

Are you alive? 라는 질문에는 "빛나고 있어 우린 여기서 We so alive" 라고 대답을 한다.

우리 사회에서 힘듦은 숨겨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트리플에스는 힘듦과 시련을 현대 사회에서 겪을 수밖에 없는 것으로 온전히 인정하고 이를 맞서 싸워 나간다. 어떤 누군가에게 구원을 받는다기보다는, 소녀들 자체가 스스로의 구원이 되어주고 있다. 어찌 보면 우울함과 방황을 표현하고 있으면서도, 그 속에서도 희망을 찾고자 하는 메세지가 빛난다.

어쩌면 여타 아이돌들이 표현하는 찬란한 소녀는 허상일지도 모른다. 필자만 하더라도 고등학교 때 특목고에서 숨막히는 내신 경쟁을 하며 학업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친구는 가정폭력에 시달리며 어떻게든 경제적으로 독립하고자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곤 했다. 공통적으로 억압받는 현실에서 자유롭고 싶다는 생각이 담겨 있는데, 서울 소녀들이 세상을 향해 위로의 메세지를 던지는 트리플에스에 공감하고 희망을 가지게 되는 이들도 적지 않을 거싱라 생각한다. 이 시대 가장 아픈 청춘과 연대하며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자신만의 삶의 기준을 가지고 이너뷰티를 찾으려는 소녀들의 이야기를 그린 걸스 캐피탈리즘 (데뷔 전 유닛곡이다)

시련에 굴하지 않고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겠다는 굳은 결심을 담은 걸스네버다이를 이어, ASSEMBLE25에서도 정체성을 확고히 한다.

'모든 가능성의 아이돌'이라는 말이 참 잘 어울리는 그룹인 것 같다.

** 수록곡 추천 **

사랑의 두근거리는 감정을 추리소설에 비유해서 몽글몽글하게 표현해낸 3번 트랙 추리소설

초여름 해 질 때 들으면 좋은 아련청량 맛집 7번 트랙 Too Hot

Owl City의 Good Time이 떠오르는 2세대 팝송 감성 낭낭한 10번 트랙 Love2Love

이렇게 추천하며 이만 줄입니다.